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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금융,경제이슈

코로나보다 배민이 더 무섭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이달부터 광고 정책을 개편한다. 앱 상단에 노출되는 서비스에 대한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고, 과도한 깃발 꽂기로 논란이 된 울트라콜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부담이 더 커졌다고 반발한다. 기존에는 정액제 서비스만 이용해도 식당이 노출되는 구조였지만, 바뀐 정책은 정률제 서비스를 이용해야 노출이 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오픈리스트의 명칭이 오픈서비스로 바뀌면서 중개 수수료가 기존 6.8%에서 5.8%로 1%포인트 인하됐다. 또 월 8만8000원의 정액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 사용이 3건으로 제한됐다.

앱 내 노출 시스템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상단에 오픈리스트 3개 업소가 자리하고 그 아래에 울트라콜 업소가 배치됐지만, 지금은 상단에 오픈서비스 업소를 무제한 배치하고 하단에 울트라콜 업소를 배치한다. 점주 입장에선 오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경쟁이 어렵게 됐다. 실제로 입점업주 14만여 곳 중 10만 곳이 오픈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개편안을 적용하면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월 매출 3000만원을 버는 치킨집이 울트라콜 서비스에서 오픈서비스로 바꾼다고 가정해 보자. 이전에는 울트라콜 10건을 이용해 한 달에 약 88만원을 광고료로 지급했지만, 이달부터는 부가세를 포함해 6.38%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금액으로는 191만원, 이전보다 두 배 이상이 오른다.

이 비용은 단순히 플랫폼 이용료만 계산한 것으로, 고객이 앱에서 선 결제를 할 경우엔 외부 결제수수료 2~3.3%를 더해 최대 9.68%를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290여만원을 배달앱 이용료로 쓰는 셈이다. 여기에 배달대행료를 포함하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배달 서비스가 '제2의 임대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개편에서 배달의민족은 '꼼수'를 더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상호를 검색해 주문하거나 찜(일종의 즐겨찾기) 등록 식당, 맛집 랭킹에서 주문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주문해도 오픈서비스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로 인해 잘 나가던 맛집들은 되려 '수수료 폭탄'을 맞게 생겼다.

자영업자들은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국내 배달앱 1~3위인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이 한 회사가 됐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9%에 달한다. 시장의 경쟁자가 없어지면, 소비자 혜택은 줄고 수수료는 오르기 마련. 이런 우려는 공정위의 인수·합병(M&A) 승인이 나기도 전에 현실이 됐다. '수수료 인하'의 탈을 쓴 새 개편안은 수수료를 더 많이 지급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자영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한 폐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지난 5년간 매출이 3347억원에서 약 9조원대로 폭증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이 줄고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의존도가 더 커졌다. 그나마 배달앱으로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수수료 개편안을 두고 "코로나보다 배민이 더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배달앱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상황. 이제는 정부가 나서 수수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신중히 검토함과 동시에, 배달앱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규제를 마련해야 할 때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2/2020040201007.html

 

[팀장칼럼] 코로나보다 배민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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